2 경제·경영

총평: 새로운 변화와 이슈에 민감하지만, 기본적으로 보수적인 시장

주요 서점인 ‘교보문고’와 ‘예스24’ 모두에서 경제·경영서 시장은 4년 연속 성장하였다. 경제·경영서가 연간 종합 베스트셀러 10위권에 오른 것은 실로 오랜만이다. 그 주인공은 『90년생이 온다』(웨일북)로, 2019년 이 책의 연간 판매량은 예스24 종합 3위, 교보문고 종합 4위를 기록했다. 경제·경영서 시장에서는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하며 새로운 소비 주체로 떠오른 90년대생들을 이해하려는 움직임이 2019년 한 해 가장 눈에 띈 트렌드였다. 특히 『90년생이 온다』는 2019년 8월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전 직원들에게 선물하면서 “새로운 세대를 알아야 미래를 준비할 수 있다. 그들의 고민도 해결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여 또 한 번 화제가 됐다.

경제·경영 분야 독자들은 주로 새로운 트렌드를 소개하고 당대 이슈를 경제적 관점에서 분석하고 전망하는 책들에 많은 관심을 보여왔다. 이렇게 보면 변화에 가장 민감한 듯하지만, 동시에 부(富)를 지키고 늘리는 방법을 알려주는 재테크 서적과 돈에 관한 교양서가 한결같이 이 분야 시장을 견인하는 한 축임을 볼 때, 기본적으로 보수적인 특징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의 세월을 뛰어넘는 여전한 인기

재테크 분야의 대표적 고전으로 꼽히는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민음인) 20주년 특별 기념판이 연중 베스트셀러 목록 상위에 올라 있었다. 2000년 초판 출간 당시, 저자 로버트 기요사키는 열심히 일하는 것보다 투자 재테크로 부자가 되라는 다소 공격적인 주장으로 단숨에 화제가 됐다. “저축을 하는 사람은 패배자다” 등 그의 직설 화법은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지만, 2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많은 사람들이 ‘부자 아빠’에 열광하며 여전한 인기를 증명했다.

한편, 출판계 전반에 걸쳐 각종 지식들을 쉽게 해설해주는 대중 교양서가 인기였는데, 경제경영 분야에서는 ‘돈에 관한 교양서’가 그 흐름을 이었다. 경제와 역사를 결합해 금융의 원리를 설명한 『50대 사건으로 보는 돈의 역사』(로크미디어)가 대표적이다. 『댄 애리얼리 부의 감각』(청림출판), 『언스크립티드: 부의 추월차선 완결판』(토트), 『리밸런싱』(좋은땅) 등도 2018년부터 계속해서 인기를 이어왔다. 아울러 일상에서 바로 실천할 수 있는 매우 실용적인 재테크 서적들인 『돈 공부는 처음이라』(다산북스), 『6개월 만에 천만 원 모으기』(한국경제신문), 『나의 월급 독립 프로젝트』(리더스북) 같은 책들도 함께 사랑받았다.

2019년에는 주식보다 부동산 관련 서적이 더 인기를 끌었다. 2018년 하반기부터 주목받기 시작한 부동산 서적들의 인기가 그대로 이어져 『앞으로 10년, 대한민국 부동산』(트러스트북스), 『다시 부동산을 생각한다』(라이프런), 『지성의 돈되는 부동산 1인법인』(잇콘), 『대한민국 청약지도』(다산북스)가 순위에 올랐다.

경기 변동성 커지면서 불확실한 앞날을 전망하는 책들의 수요가 늘다

교보문고가 최근 10년간(2009년 11월 1일~2019년 10월 31일) 경제 전망서의 판매 추이를 살펴본 결과, “경제전망서 시장은 10년 전과 비교해 약 4배, 5년 전보다는 2배 넘게 커졌다. 독서율 감소로 출판 시장이 전반적으로 위축되는 분위기 속에서도 매년 평균 20% 이상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온 것이다.” 불확실한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일환으로 많은 독자들이 경제

전망서를 읽고 공부했다. 『앞으로 5년 한국의 미래 시나리오』(지식노마드), 『세계 미래 보고서 2019』(비즈니스북스) 등의 거시경제 예측 서적과 더불어, 환율과 금리의 흐름으로 가까운 미래를 예측하는 『앞으로 3년 경제전쟁의 미래』(지식노마드)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전망서 시장의 절대 강자는 2019년에도 변함없이 ‘트렌드 전망서’였다. 서울대 소비트렌드 분석센터가 매년 내놓는 시리즈 도서 『트렌드 코리아 2019』는 이미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유튜브 채널, TV 방송 등 서점 외부의 영향력이 점점 커져가다

출판사나 저자가 운영하는 SNS 홍보 채널에 소개된 도서들의 입소문과 판매량 증가가 두드러졌다. 대표적인 예로, 출판사 로크미디어는 자사 홍보 채널인 ‘체인지그라운드’, ‘신박사TV’, 등에 신간을 노출하고, 역시 그들이 운영하는 3천여 명의 서평단들이 다양한 온라인 공간에 일제히 서평을 달며 해당 책을 단숨에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오르게 하는 전략으로 주목받았다. 로크미디어의 2019년 4월 신간 『50대 사건으로 보는 돈의 역사』는 출간 즉시 교보문고 5월 첫째 주 종합 베스트셀러 2위에 올랐다.

한편, 2018년에 이어 2019년에도 인기 유튜브 채널들에 소개된 신간 판매가 올라 여전한 영향력을 과시했다. 특히 『포노 사피엔스』(쌤앤파커스), 『직장이 없는 시대가 온다』(더퀘스트)는 유튜브 채널 ‘김미경TV’에 소개된 직후 일주일 간의 판매량이 급증하였는데, 『직장이 없는 시대가 온다』는 2019년 4월 17일 방송 일주일 전후 판매가 882% 증가했고, 『포노 사피엔스』는 5월 22일 방송 일주일 전후 판매가 1077% 증가했다. 독자들이 자신이 신뢰하는 유명인의 책 큐레이션에 의지하는 이 같은 흐름은 당분간 계속 커질 것으로 보인다.

TV와 라디오 방송의 영향력도 빼놓을 수 없다. 2019년 9월 tvN의 신설 프로그램 ‘요즘책방: 책 읽어드립니다’가 대표적이다. 이 프로그램은 주로 인문학 서적을 소개하는데, 경제·경영서로는 드물게 『넛지』(리더스북)가 방송을 탄 직후 종합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KBS 시사교양 프로그램 ‘명견만리’를 출판으로 연결한 동명의 책 『명견만리』(전 4권, 인플루엔셜) 시리즈가 2019년 2월에 마지막 4편 『명견만리: 불평등, 병리, 금융, 지역 편』을 출간, 이 책 역시 교보문고 2019년 경제경영 분야 베스트셀러 14위를 기록했다. 이 밖에도 최배근 건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가 쓴 『이게 경제다』(쌤앤파커스)는 최 교수의 과거 수많은 저서들 가운데 단연 가장 많은 판매를 기록했는데, 이는 저자가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KBS ‘최경영의 경제쇼’를 비롯해 다양한 언론에 고정 출연하며 얻은 인기와 신뢰에 바탕한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경제의 부상와 대응책을 모색하다: 저성장 기조, 유통의 변화, M·Z세대 연구

거대 담론 차원에서 새로운 경제가 등장한 배경과 특징,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아울러 그 새로운 경제하에서 부상한 새로운 소비자의 특징을 다룬 책들이 주목받았다. 그중 판매량 면에서 가장 두드러진 『온라인 쇼핑의 종말』(지식노마드)은 유럽연합 e커머스 집행위원장을 지낸 바이난트 용건이 쓴 책이다.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경계가 무의미해지는 세계에서 생산·유통·소비 활동이 어떻게 변화할지 다각도로 살펴본 분석서다. 출간 후 언론 및 각종 경제단체 초청으로 저자가 방한하여 강연과 인터뷰를 이어가며 더욱 화제가 되었다. 유사한 주제를 다룬 국내서 『리테일의 미래』(인플루엔셜)도 예스24 베스트셀러에 약 3주간 머물며 관심을 받았다.

한편, 우리나라를 비롯한 선진국들의 경제 기조로 자리 잡은 ‘저성장’의 특징을 분석하고 대안을 모색한 책 『수축사회』(메디치미디어)는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적극 추천하고 많은 언론의 서평을 받으며 학구열 높은 독자들의 선택을 받았다.

이 밖에 앞에서도 언급한 바 있는 『90년생이 온다』, 『포노 사피엔스』의 높은 인기는 우리 경제의 주역으로 부상한 밀레니얼 세대와 Z 세대에 대한 공부 열기를 입증했다.

잘 나가는 기업의 비결을 알고 싶은 핵심 독자들은 여전히 존재한다

2000년대 들어 경제·경영서 시장에서는 미국을 위시한 해외 글로벌 기업과 CEO들의 성공 스토리가 흥행 보증수표와 같았다. 그러나 적어도 2019년 출판시장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베스트셀러 목록 상위에서 소위 ‘구글’과 ‘아마존’을 찾기 어려웠다. 물론 훌륭한 기업의 조직 문화와 운영을 배우고자 하는 독자들이 없던 건 아니다. 겉으로 포장된 콘셉트로서만이 아닌 실제로 내용이 유익했다는 좋은 평가를 받아 판매까지 좋았던 책들에는 『실리콘밸리의 팀장들』(청림출판), 『최고의 팀은 무엇이 다른가』(웅진지식하우스)가 있었다.

세계적인 대가의 영향력 감소, 실용 지식 다룬 국내 경제경영서 인기

경제와 경영에서 세계적인 영향력을 발휘하는 대표적 구루(guru)인 세스 고딘과 나심 탈레브의 강연과 저작 활동은 여전히 활발해 보이지만, 도서 판매량은 예전만 못했다. 마케팅 분야의 대가 세스 고딘의 신간 『마케팅이다』(쌤앤파커스)는 그의 대표작 『보랏빛 소가 온다』(재인)에 비하면 판매 면에서 낮은 성적표를 받았다. 또, 『블랙 스완』(동녘사이언스), 『안티프래질』(와이즈베리) 등을 통해 예측 불가능한 불확실한 세계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이야기해온 세계적 석학 나심 탈레브의 신간 『스킨 인 더 게임』(비즈니스북스)도 마찬가지다. 물론 두 책 모두 2019년 3월과 4월 각각 출간 당시 종합 베스트셀러 100위권에 올랐지만, 과거에 비해 그 인기가 오래 가지 못했다.

반면, 경제·경영서 분야에서 꾸준하게 잘 팔리는 대표 키워드인 회계, 재무제표, 마케팅, 기획 등 실무에서 바로 활용하는 실용 지식을 다룬 국내 저자의 신간 판매가 두드러졌다. 『하마터면 회계를 모르고 일할 뻔했다』(어바웃어북), 『브랜드가 되어 간다는 것』(턴어라운드), 『스마트스토어 마케팅』(이코노믹북스), 『완벽한 재무제표 읽기』(비즈니스북스) 등이 대표적이다.

이와 같은 경제·경영서 분야의 변화 양상은 최근 경제 변화가 점점 더 빨라지고 그 변화의 주체가 젊어지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사람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불확실성, 그 끝판왕의 출현이 낳은 변화는?

위에서 대가의 영향력 감소를 이야기한 대목은 출판계의 트렌드로서 언급한 것일 뿐, 그들의 통찰력이 줄었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나심 탈레브는 『스킨 인 더 게임』 전반에 걸쳐 ‘바보 지식인’과 ‘대리인’의 문제를 심각하게 다뤘다. “사회 현장을 변두리에서 지켜보면서 그에 대해 무어라고 말만 할 뿐”인 이들, 즉 자신의 핵심 이익을 걸지 않고 중대한 결정을 내리는 자들, 자신의 선택이 낳은 결과를 책임지지 않는 자리에 있는 지식인과 정치인들을 강하게 비판하며 이 같은 “행동과 책임의 불균형”이 축적되다 보면 어느 순간 ‘블랙 스완(black swan)’이 출현한다고 경고했다. 블랙 스완은 세상에 엄청난 영향을 끼치는 예상치 못한 큰 사건을 뜻한다.

이 글을 쓰고 있는 2020년 시점에서 우리는 이미 엄청난 블랙 스완인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가 팬데믹이 된 세상을 살고 있다. 이 예상치 못한 사건이 세계 경제와 세계인의 삶을 뒤흔들고 있다. 유가 급락, 주가 등락 반복, 갑자기 일자리를 잃은 많은 노동자들이 사회 불안을 키우고 있다. 그 사이 투자 경험이 없던 많은 2,30대가 주식에 뛰어들고 있다는 뉴스가 들린다. 주식투자 관련 서적들의 판매가 크게 뛰어오르고 있다. 불확실성의 공포가 커질수록 사람들은 안전한 것을 찾기 마련이다. 내 재산을 지키고 직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경제·경영서들이 주목받고 있다.

길벗출판사 경제경영실 실장 김세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