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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사람홍은전

글 속의 ‘나’는 현실의 나보다 더 섬세하고 더 진지하고 더 치열하다. 글을 쓸 때 나는 타인의 이야기에 더 귀 기울이고 더 자세히 보려고 애쓰고 작은 것이라도 깨닫기 위해 노력한다. 글을 쓸 때처럼 열심히 감동하고 반성할 때가 없고, 타인에게 힘이 되는 말 한마디를 고심할 때가 없다. 글쓰기는 언제나 두려운 일이지만 내가 쓴 글이 나를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줄 거라는 기대 때문에 계속 쓸 수 있었다. -「서문 : 나는 왜 쓰는가」중에서

『그냥, 사람』

작가 : 홍은전
출판사 : 봄날의책
출간일 : 2020년 9월 25일
면수 : 264쪽
판형 : 125x215mm
ISBN : 9791186372791

홍은전

노들장애인야학에서 활동했고, 차별에 저항해 온 장애인들의 이야기『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업합시다』와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노란 들판의 꿈』을 썼다. 인권기록활동네트워크 ‘소리’의 일원으로 활동했으며, 부산 형제복지원 피해 생존자와 4·16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의 이야기를 기록하기도 했다.

작고, 연약한 존재들을 위하여

 

『그냥, 사람』은 저자 홍은전이 노들장애인야학을 그만두고 보낸 5년의 사적이고도 공적인 기록이다. 그 시간 속에서 홍은전의 극적인 변화, 반면 거의 변하지 않은(어쩌면 오히려 퇴보한) 우리 사회의 민낯을 고려한다면, 이 책은 우리 사회의 가장 연약하기 짝이 없는 힘없는 사람들, 힘없는 존재들의 삶(특히 ‘고통’과 ‘저항’)을 가장 정직하고, 가장 격렬하고, 가장 서정적으로 옮겨 적은 기록이다. 거기에 담긴 홍은전의 마음은 아주 작은 존재들에, 그래서 더 소중한 존재들에 뜨겁게 온몸으로 반응한다.
글 속에는 우리가 함께 기억하는 공통의 사건, 사고도 많지만, 평생 존재하는지조차 몰랐던 사람들, 존재들이 곳곳에서 ‘출몰’한다. 그들은 살아 있는 사람들만이 아니라, 살아 있다고 알았는데 ‘갑자기’ 사고로 죽은 사람들,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고통 속에 놓인 사람들, 그래서 저항하는 사람들, 그리고 무수한 동물들이다. 어디를 펼쳐도, 홍은전의 기쁨과 슬픔, 분노와 절망, 죄책감과 부끄러움이 대개는 담담하되, 가끔은 격렬하게 표현된 문장들을 만날 수 있다.
책을 읽다 보면, 고양이 카라와 홍시를 만나면서 그전까지의 ‘가슴이(심장이) 아팠다’는 표현 대신, ‘가슴이 쿵쿵 뛰었다’ ‘충격적으로 좋았다’ 같은 표현들이 자주 등장해 기분이 좋아진다. 그들을 만나고부터 홍은전의 겪은 혁명적인 변화, 즉 채식, 동물권에 대한 관심과 활동은 글 쓰는 존재가 애정하는 대상을 만나 스스로의 삶이 얼마나 넓어지고 깊어질 수 있는지, 동시에 그의 글이 얼마나 깊어지고 넓어질 수 있는지를 참 잘 보여준다.

——

 
홍은전의 글이 좋은 이유는 그가 자신이 글을 쓰는 이유를 아주 정확하게 알고 있어서다. 홍은전은 차별과 억압을 받은 사람들의 고통을 ‘대신’ 전해주려고 쓰는 것이 아니다. 그는 자신이 만난 경이로운 존재와의 만남을 ‘자랑’하기 위해 글을 쓴다. 나는 홍은전의 글에 감탄했다가, 홍은전이 그런 사람들을 만나서 이런 글을 쓸 기회를 얻었다는 것에 배가 아팠다가, 내가 쓰고 싶은 글은 언제나 이런 글이었다고 생각했다가, 그러려면 지금과는 다르게 살아야 한다는 걸 깨닫는다.

 

글: 권김현영
여성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