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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개 할망오미경, 이명애

“우리 할망은 물개야. 오늘도 나는 할망을 기다려.” - 본문에서

『물개 할망』

작가: 오미경, 이명애
출판사: 모래알
출간일: 2020년 1월 30일
면수: 44쪽
판형: 290*252mm
ISBN : 9791157852918

오미경, 이명애

오미경 (글) 1998년부터 동화작가가 되어 글을 쓰고 있다. 펴낸 책으로『똥 전쟁』,『꿈꾸는 꼬마돼지 욜』,『교환일기』등이 있습니다. 2012년 ‘올해의 아동청소년문학상’을 받았다. 이명애 (그림) 2015년과 2017년에 볼로냐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선정되었고, 나미 콩쿠르 은상, BIB 황금패상을 받았다.『플라스틱 섬』, 『10초』,『내일은 맑겠습니다』을 쓰고 그렸다.

해녀 할머니가 전해주는 따뜻한 이야기

 

푸른빛으로 넘실대는 그림책 한 권을 가만히 안고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한없이 정화되는 듯 평온해진다. 제주의 넓고 푸른 바다가 내 품에 담긴 것 같아 왠지 기분이 좋아진다. 『제주 할망』은 프롤로그와 에필로그에 유럽 전설인 셀키(Selkie) 전설을 실어 제주 해녀 이야기와 연결을 시키는 독특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전설에 의하면 바다표범 모습을 한 요괴의 일종인 셀키는 바다에서 나와 가죽을 벗고 인간의 모습으로 변해 사람들과 어울려 살곤 했다고 전해진다. 니콜라우스 하이델바흐의 그림책  『난 커서 바다표범이 될 거야』(풀빛, 2015)도 셀키 전설을 토대로 하고 있다.

우리 할망은 물개야. 용왕 할망 딸이지. / 오늘도 나는 할망을 기다려. / 호오이- 호오이- 멀리서 숨비소리가 들려 / 할망이 물속에서 참았던 숨을 내쉬는 소리야. 꼭 새 소리 같지. / 저 멀리 연꽃 송이가 동동. / 할망이 테왁을 안고 돌아오고 있어.

본문이 펼쳐지면서 이야기가 한 아이의 시점으로 전환된다. 프롤로그에서 전한 가죽을 잃어버려 바다로 돌아가지 못한 물개 여자의 손녀가 바로 이 아이다. 가깝고도 먼 바다, 할머니를 기다리는 손녀는 멀리서 들려오는 숨비 소리에 할머니가 무사함을 알고 오늘도 마음을 한시름 놓는다. 푸른 바다를 건너 할머니가 집으로 돌아올 때면 바다에 비친 구름때문에 바다가 하늘처럼 보인다. 마치 할머니가 하늘을 헤엄쳐 돌아오는 듯 표현한 장면이 엄숙하면서도 근사해 신화 속 한 장면처럼 느껴진다. 배 안 고프냐 묻는 손녀에게 바람을 많이 먹어 괜찮다는 할머니, 손녀의 걱정에 제주도 사투리로 답하는 할머니의 이야기가 정겹다. 할머니가 망사리 가득 건져 올린 건 푸른 바다다. 감탄하는 손녀에게 할머니는 늘 이렇게 말씀하시곤 했다. “이게 다 용왕님이 주신 거주. 할망은 용왕님 딸이난.” 아이는 할머니의 멋진 솜씨와 그 보물을 건네준 용왕의 맘씨에 감탄하며 할머니를 졸라댄다. 자신도 꼭 바다에 들어가고 싶다고. 하지만 할머니는 아직 더 커야 한다면서 웃기만 한다. 모든 것을 내어주는 착하고 고마운 바다지만 어떤 날엔 모든 것을 삼킬 듯 두렵고 무서운 바다, 아이는 비바람 부는 날 바다로 나간 할머니를 기다리며 마음 졸인다. 할머니가 물개가 돼서 영영 돌아오지 않으면 어쩔까 생각하면 가슴이 철렁거린다.
아이에게도 드디어 그날이 찾아왔다. 생일 선물로 할머니에게 물개 옷을 선물 받아 아기 바당에서 연습한 아이가 드디어 깊은 바다에 들어가는 날이다. “바당에서 욕심내민 안 뒈여. 물숨 먹엉 큰일 나난 조심허라게.” 평생을 자연에 순응하며 성실하게 살아온 할머니가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 하지만 아이는 할머니의 말을 잊고 말았다. 산호 숲 사이 반짝이는 것이 탐이 나 손을 뻗는 순간 그만 물숨을 먹고 만 것이다. 글 없이 이어지는 두 장의 그림만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아이가 산호 숲 사이를 뒹굴며 바다 깊이 떨어지는 동안 빛으로 넘실대던 바다는 어둠에 휩싸여 무섭고 두려운 장소로 변한다. 그 순간 아이를 향해 서서히 다가오는 커다란 검은 그림자. 그 정체는 무엇이었을까? 전설 속 물개였을까? 검은 해녀복을 입은 할머니였을까? 그림책은 독자에게 마지막 상상을 맡기며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바다 밖으로 무사히 나온 뒤 내가 물었어. / “할머니는 바다에서 탐나는 거 없었어?” / “있었주. 근데 그보다 더 귀한 걸 지키젠 참앗주.”

상기된 얼굴로 할머니를 바라보는 아이. 이 얼굴은 아주 오래전 어린 소녀였던 할머니 얼굴일지도 모른다. 사랑은 그렇게 이어지고 또 이어져 지금까지 내려온 것이다. 더 귀하고 소중한 걸 지키기 위해. 이제 손녀는 먼바다로 나가는 할머니를 굳게 믿는다. 할머니는 분명 용왕의 딸이 맞다고.
그들이 일평생 지키고 가꾸어 온 바다를 마음에 그려본다. 삶의 모든 순간을 기뻐하고 감사하라, 욕심내지 말아라, 바다에서 나고 자라 한 평생 바다와 함께 살아가는 해녀들의 마음이 푸르른 바다와 함께 일렁인다. 제주의 바다를 날씨에 따라 감정에 따라 또 바라본 각도에 따라 모두 다른 느낌으로 표현한 이명애 작가의 그림은 이야기의 감동을 배가시킨다.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성실하게 삶을 살아간 해녀 할머니가 전해주는 아름답고 따뜻한 이야기 “물개 할망”, 너울대는 푸른 파도 너머로 물질 나간 해녀의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숙연해진 건 그렇게 우리들의 하루하루가 모여 역사가 되고 전설이 되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 때문이다.

 

글: 이선주 Lee Seon-ju
가온빛 대표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