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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보그가 되다김초엽,김원영

설령 그것이 아주 어려운 상상이라고 해도 나는 모든 사람이 ‘유능한’ 세계보다 취약한 사람들이 편안하게 제 자신으로 존재하는 미래가 더 해방적이라고 믿는다. 어떤 손상도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미래보다는 고통받는 몸, 손상된 몸, 무언가를 할 수 없는 몸들을 세계의 구성원으로 환대하는 미래가 더 열려 있다고 믿는다. (p.281~282)

『사이보그가 되다』

작가 : 김초엽,김원영
출판사 : 사계절
출간일 : 2021년 1월 15일
면수 : 368쪽
판형 : 140*210mm
ISBN : 9791160947045

김초엽,김원영

김초엽 2017년 「관내분실」과「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으로 제2회 한국과학문학상 중단편 대상과 가작을 수상하며 데뷔했다.『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원통 안의 소녀』 등을 출간했고, 2019년 오늘의 작가상, 2020년 젊은작가상을 수상했다. 후천적 청각장애인이다. 김원영 대학에서 사회학과 법학을 공부했고, 로스쿨 졸업 후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일했다. 지금은 작가이자 배우,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희망 대신 욕망』이 있다. 연극〈사랑 및 우정에서의 차별금지 및 권리구제에 관한 법률〉,〈인정투쟁? 예술가 편〉등에 출연했다. 휠체어를 탄다.

아무렇지 않은 공존을 위하여

 

현재 SF소설가로 활발히 활동 중인 김초엽과 변호사이자 작가로, 그리고 필자를 비롯한 공연 관객들에게는 배우이자 무용수로 더욱 친숙한 김원영의 협업이라는 점에서, 게다가 유기체와 기계의 결합을 뜻하는 ‘사이보그’ 개념을 장애 보조기기와 함께 살아가는 저자들의 일상과 더불어 사유한다는 점에서 『사이보그가 되다』의 출간은 출판계를 넘어선 예술계 전반에 큰 이슈가 되고 있다. 이 책은 김초엽과 김원영의 글이 교차하는 총 10개의 장으로 구성되어있으며, 본문의 장이 모두 끝나고 난 지점에는 녹취, 편집된 두 저자의 대담이 담겨있다. 저자들이 보여 온 그간의 활동을 반추하며 이번 신간이 내용상 문학과 법률 사이 그 어디쯤에 위치하지 않을까, 내심 기대 반, 곤혹스러움 반으로 마음을 무장해두었지만, 정작 책의 중심에는 장애학과 과학기술학의 접점을 이루는 동시대 담론들(가령, “장애인을 위한 기술이 아니라 장애인과 장애 공동체가 직접 만들고 건설하는 기술 정치의 실현을 목표로”하는 “크립 테크노사이언스”(p.187)” 등의)에 대한 세밀한 고찰과 “자신을 끊임없이 감추고 숨”기고자 하는 “우리의 현실 세계 속 사이보그들”(p.135)에 대한 이야기들이 놓여있었다. 다른 말로 하자면, 『사이보그가 되다』 속 사이보그의 형상은 누구나 한 번쯤은 상상해봤음직한 “아이언 맨 슈트를 입고 하늘과 바다를 누비는 슈퍼히어로도 아니고, 기계와 인간, 정상과 비정상이라는 경계와 구분을 없애고 횡단하는 잡종적인 존재의 경이로운 상징”(p.113)도 아닌, 마치 “두 개의 사물을 접합시키는 데 가장 간편하고 효과적인 ‘테크놀로지’”이자, 어느 집이든 하나쯤은 있게 마련인 “청테이프”(p.107)처럼 유연하고 일상적인 관계의 패치워크로서 제시되고 있었다.
그리고 저자들의 생각에 흐름을 만들어내던 그 모든 언어의 밑바탕에는, ‘결코 쉽지 않은 비유’와 ‘잔여물 없이 분명한 상념’ 사이의 이음새를 만들어내던 그와 같은 언어의 밑바탕에는, 두 저자의 몸과 마음에 오랜 시간 쌓여온 서로 다르며 같은 경험의 켜가 있었다. 열여섯 살에 신경성 난청 진단을 받은 후부터 보청기를 착용하고 있는 김초엽 작가와 골형성부전증으로 한 살 무렵부터 정형외과 치료를 받아야 했던 김원영 작가가 겪어온 장애는 가시성 여부에서 보이는 차이(비가시적 청각장애와 가시적 지체장애)에서부터 보조기기에 대한 개인의 감각 차이(“보청기는 나의 장애가 투영되는 대상이라기보다는 약간 걸리적거리는 보조기기”(김초엽), “휠체어가 없으면 발가벗은 기분”(김원영)(p.336))에 이르기까지 장애 상태와 그 상태에 놓여있는 몸에 대한 이해의 균질화(homogenizing)를 경계하게끔 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 두 저자의 경험 인식은 공통적으로 독자로 하여금 신체장애에 대해 특정 신체 부위의 기능적 결함으로만 여기는 일반적인 인식에 대해 재고하게 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게 다가온다. 김원영 작가의 말처럼 장애는 단순히 신체 기능의 결여라기보다는 오히려 “‘정상이 아닌 몸’이라는 사회적 평가를 획득한 일종의 신분(지위)에 가”까우므로 “고도로 발전한 테크놀로지가 기능의 결여를 보완한다 해도 여전히 장애는 존재할 수 있”(p.155)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김초엽 작가가 장애 중심적 공간 설계와 관련해 “장애가 손상에 따르는 필연적인 결과가 아니라, 공간에 따라 재규정될 수 있는 개념”(p.194)임을 언급할 때, 우리 일상 속에서 신체장애를 장애라는 특정 상태로, 즉 결여와 불가능의 상태로 환원시키는 요인들에 대해 자연스럽게 재인식하게 된다. 불가능하거나 불가항력적인 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초월적 세계가 아닌, 어쩌면 가능할 수도 있는 것들의 허락된 잠재력을 지금, 여기에서 탐구해보는 것. 다르지 않을 수 있음의 다른 방식들을 소환해 하나씩 실천해보는 것. 바로 그 지점에서 아래와 같이 김초엽 작가가 그리는 해방적 미래 서사는 환기되어질 수 있지 않을까.

 

글: 손옥주 Son Ok-ju
공연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