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r Next Book

식물의 책이소영

개나리를 자세히 살펴보면 가운데 암술이 짧고 겉에 수술만 길게 나 있는 걸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그래서 당연히 수정도 하지 못하고 열매도 맺지 못하죠. 스스로 번식하지 못하고 인간에 의해 꺾꽂이 등의 방식으로만 번식하는 거예요. 비록 지금이야 우리 주변에 개나리가 흔하지만, 이렇게 자생하는 개체도 없는데 유전적 다양성마저 없는 경우 최후엔 멸종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 처한 개나리를 좀 더 아끼는 마음으로 바라봐주면 좋겠어요. (p. 40)

『식물의 책』

작가 : 이소영
출판사 : 책읽는수요일
출간일 : 2019년 10월 25일
면수 : 288쪽
판형 : 121*170mm
ISBN : 9788986022100

이소영

대학원에서 원예학으로 석사를 수료했고, 국립수목원에서 식물학 그림을 그렸다. 국내외 연구기관 및 학자들과 협업해 식물세밀화를 그린다.『식물 산책』과『세밀화집, 허브』를 썼다.

식물의 입장에서 세상을 바라보기

 

공원, 가로수, 정원은 물론이고, 식물을 활용한 인테리어를 뜻하는 ‘플랜테리어’라는 용어에 익숙해질 정도로 식물은 이제 우리 생활 깊숙한 곳에 자리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바로 곁에 있는 식물에 관해 얼마나 잘 알고 있을까? 국립수목원·농촌진흥청 등 국내외 연구기관과 협업해 식물학 그림을 그리며 식물을 가까이에서 관찰해온 이소영 식물세밀화가는 식물의 형태, 이름, 자생지 등 기본적인 정보만 정확하게 알고 있어도 더 오래도록 식물과 함께할 수 있을 것이라 말한다. 소나무, 은행나무, 개나리, 몬스테라, 딸기 등 늘 가까이에 있지만 제대로 알지 못했던 도시식물들에 관한 여러 흥미로운 이야기를 세밀화와 함께 『식물의 책』에 담았다.
이소영 식물세밀화가의 역할은 식물의 현재를 정확하게 기록하는 것이다. 그가 기록하는 대상은 실내공간, 수목원, 공원 등 주로 우리 곁에 있는 식물들, 또는 연구기관에서 개발한 신품종처럼 앞으로 우리 곁에 있을 식물들, 즉 숲을 떠나 도시에서 살게 된 식물들이다. 그의 시선을 좇다 보면 어느새 우리도 식물의 입장에서 세상을 바라보게 된다. 가로수로 심긴 은행나무나 왕벚나무, 정원수로 심긴 곰솔이나 주목, 카페 천장에 매달린 틸란드시아, 식탁 위에 놓인 사과나 포도… 숲에서, 더 멀리는 사막에서 살던 식물들이 어쩌다 우리가 사는 도시로 오게 되었을까.
『식물의 책』을 읽다 보면 사람 중심에서 식물의 중심으로 그 시선이 자연스레 옮겨간다. 토종 민들레가 사라지고 서양민들레 수가 늘어나는 것을 두고, 사람들은 서양민들레에 밀려 토종 민들레가 터를 빼앗겼다며 민들레에 싸움을 붙인다. 그러나 저자는 “토종 민들레가 점점 숲 밖으로 밀려나고 개체 수가 줄어드는 건 정확히는 환경 파괴 때문”이라고, 산을 깎고 땅을 메꿔 공터를 만들면서 원래 그곳에 살고 있던 토종 민들레는 사라지고 대신 서양민들레가 늘어나게 되었다고 말한다.
‘인간의 욕심’에 애꿎은 피해를 보는 건 은행나무도 마찬가지다.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된 나무이자 1과 1속 1종으로 세상에 딱 한 종뿐이라 다른 나라에서는 귀한 대우를 받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만은 열매가 떨어질 때 악취가 심하다며 홀대받는다. 열매가 익기도 전에 가지를 흔들어 어린 열매를 떨어뜨리거나 아예 열매를 맺지 못하게 암그루와 수그루를 구분해 수그루로만 심기도 한다. 그러나 은행의 지독한 냄새는 빌로볼과 은행산이라는 성분 때문으로, 동물이나 곤충으로부터 씨앗을 지키기 위한 은행나무의 생존 방법이다. 저자는 묻는다. “식물이 번식을 위해 열매를 맺고 씨앗을 퍼뜨리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과정인데 과연 우리에게 그것을 인위적으로 차단할 권리가 있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