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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의 집 청소김완

누군가의 인생이 영화라면 작가가 하는 일은 눈여겨보지 않는 엔딩 크레디트의 마지막 한 줄일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을 통해 작가는 모른 척 지나쳤던 이웃들의 고단했던 마지막을 비춰 역설적으로 삶의 강렬한 의지와 소중함을 전한다. - 유성호(서울대 의과대학 법의학교실 교수) 부탁하건대, 언젠가는 내가 당신의 자살을 막은 것을 용서해주면 좋겠다. 나는 그 순간 살아야 했고, 당신을 살려야만 내가 계속 살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나는 아직 배에서 내리지 않았다. 우리는 여전히 함께 배를 타고 있다. 그것만큼은 오래도록 잊지 않을 것이다. - (p.185)

『죽은 자의 집 청소』

작가 : 김완
출판사 : 김영사
출간일 : 2020년 5월 30일
면수 : 252쪽
판형 : 130x190mm
ISBN : 9788934992493

김완

서울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자랐고, 대학에서 시를 전공했다. 특수청소 서비스회사 ‘하드웍스’를 설립하여 일하고 있으며, 그가 일상적으로 맞닥뜨리는 죽음 현장에 드러난 인간의 삶과 존재에 대한 기록을 남기고 있다.

특수청소부가 마주한 고독사의 얼굴들

 

‘고독사’ 하면 혼자 살던 고령의 노인이 죽음을 맞이하고 뒤늦게 발견된 모습만 천편일률적으로 떠올린다. 지금은 홀로 살지 않고 고령도 아닌 자신과 거리가 먼 이야기, 동정할 만한 사건 정도로만 생각하기 십상이다.

특수청소부로 온갖 현장을 다니는 김완 작가의 시선을 천천히 따라가다 보면 고독사의 현실, 고독사의 민낯을 마주하게 된다. 노인뿐만 아니라 중년 그리고 청년에게까지 엄습하는 쓸쓸한 죽음. 세대와 성별을 가리지 않는 고독한 죽음 이야기를 하나둘 접하다보면 고정관념이 점점 깨진다. 생을 포기하기 직전까지 어떻게든 살아보려 삶의 절벽 끝에서 아등바등하던 흔적이 현장 곳곳에 남아 있다. 피와 오물, 생전 일상을 유추할 수 있는 여러 유품을 치우며 작가는 삶에 대해 사색한다. 그렇게 이 책은 ‘죽음’을 소재로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삶’을 이야기한다. 그래서인지 특수청소부의 현장 이야기가 마냥 무겁고 슬프지만은 않게 다가온다.

작가는 “누군가의 죽음을 돌아보고 의미를 되묻는 이 기록이 우리 삶을 더 가치 있고 굳세게 만드는 기전이 되리라 믿는다”고 고백한다. 이 책이 탄생한 이유이다. 작가는 현장에서 경험하고 느낀 것을 글로 기록하면서 잡다한 생각을 덜어내고 정리하는 마음속 청소를 했다. ‘누군가의 죽음으로 생계를 이어간다’는 직업적 아이러니로 생기는 죄책감을 글로 씻어내고 위로도 받았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 역시 다채로운 감정을 느끼길 바라는 마음. 불길하고 음울하게 여겨 언급조차 꺼리게 되는 ‘죽음’을 마주하고 ‘삶’을 바라보며 그 과정에서 위로받길 바라는 마음. 이러한 진심이 책에 듬뿍 담겨 있다.

이 책의 후반부에는 ‘특수청소부’라는 독특한 직업에 대해 많은 이들이 궁금해하는 점을 담고 있다. 수없이 받은 질문에 대해 관련 에피소드로 제시되는 답변을 읽다보면 ‘직업 정신’ ‘일의 철학’도 함께 생각하게 된다. 또한 정신적으로 고된 일을 마친 뒤 작가가 일상으로 돌아오기 위해 하는 노력, 투철한 직업 정신 때문에 생긴 해프닝 등에선 작가의 따스한 휴머니즘도 느껴진다.

 

당신이 하는 일처럼 내 일도 특별합니다. 세상에 단 한 사람뿐인 귀중한 사람이 죽어서 그 자리를 치우는 일이거든요. 한 사람이 두 번 죽지는 않기 때문에, 오직 한 사람뿐인 그분에 대한 내 서비스도 단 한 번뿐입니다. 정말 특별하고 고귀한 일 아닌가요? – (p.139)

 

단단한 필력 역시 이 책의 큰 매력이다. 생생한 현장을 마냥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게 담아낼 수 있었던 데는 문예창작과를 졸업한 뒤 글을 썼던 작가의 독특한 이력이 한몫했다.

삶과 죽음에 대한 통찰, 우리 사회에 대한 고찰, 직업을 대하는 태도까지. 살면서 한 번쯤 생각해봐야 하는 것들을 이 책에서 만날 수 있다. 죽음 언저리에서 행하는 특별한 서비스에 대한 이야기를 하나둘 읽어가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