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러시아 모스크바 국제 도서전

이번 도서전 전체 테마로 ‘미래-ing’을 제안한다. 21세기 문명사적 변화들 속에서 미래는 단순히 아직 오지 않은 시간으로 이해될 수 없는 물질성과 현실감으로 우리를 타격한다. 미래는 이미 어딘가에 와 있기도 하고, 현재와 뒤섞인 채 미지의 방식으로 진행 중이기도 하며, 묵시나 파국의 예감과 표상 속에서 여러 형태로 표현되기도 한다. 이제 우리는 과거가 현재를 규정하는 역사의 힘만큼이나 강해진, 미래가 현재를 끌고 가는 힘, 그 감응력을 목도하고 있다.
​한편으로 21세기 미래 사회는 테크노 유토피아의 형식으로 리얼리티에 스며들어 와 있다. 기술과학의 놀라운 진보는 AI가 주도하는 4차 산업혁명을 현실화한다. 20세기적 도시는 스마트시티로 전환되고, 사물인터넷이나 증강현실, 그리고 디지털 우주가 물질적 삶과 깊이 접속하여, 일상적 체험구조를 변화시키고 있다. 데이터 자본주의는 생체적 흔적들을 알고리즘으로 풀어냄으로써 인간의 판단과 행위를 예측할 수 있는 테크놀로지에 기반한 새로운 형태의 자본주의로 진화해가고 있다.
​다른 한편 지구온난화에 따른 환경변화와 생태적 이슈들은 인류세(Anthropocene)로 대표되는 지구시스템의 거시적 변동을 전망하게 하며 미래를 완전히 다른 시각으로 재구성해나가야 할 필요성을 제기한다.
미래 이슈는 경제적 불평등과 젠더 갈등이라는 주요 쟁점을 포함하는 새로운 ‘사회적 정치적 문학적 삶’의 구성 가능성을 핵심 문제로 제기할 것이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다각적인 상상력이 요청될 것이다. 인간 존재가 포스트휴먼적 전환을 겪고, 진리 또한 포스트-진리 현상과 대면하는 이 전대미문의 임박한 미래, 이것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이번 도서전은, 한국의 지성은 임박한 미래를 어떻게 사유하고 상상하는가, 한국의 문학은 이 문제들을 어떻게 풀어가고 있는가를 묻고 성찰하며 또한, 이런 문제들을 통해서 한국과 러시아는 어떤 대화를 펼쳐갈 수 있는가를 살펴보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