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아동·청소년

2019년은 어린이책 발행이 예년보다 활발했다. 여기에는 2015 개정 교육과정에 의해 2018년부터 시행되었던 ‘한 학기 한 권 읽기’의 정착이 큰 몫을 했을 것으로 짐작한다. 대한출판문화협회의 출판통계에 따르면 전년 대비 증감률로 볼 때 전체 신간도서 발행이 3.1% 증가한 것에 비해 어린이책은 10.8%가 늘어났다. 12개 분야 전체 발행도서 6만 5,432종 가운데 어린이책 분야는 8,078종으로 12.35%다. 예스24 2019년 분야별 도서 판매 권수 점유율에서도 어린이 분야는 2018년 대비 20% 성장으로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으며 종합 베스트셀러 100위권 도서의 분야별 분포도에서도 19권으로 1위를 차지했다. 2019년 아동·청소년 출판의 주요 흐름 및 특징을 몇 가지로 나눠 정리해보았다.

‘한 학기 한 권 읽기’와 국어 교과서 내 ‘연극’ 단원 신설의 효과

어린이책 출판 활성화, 그중에서도 문학 분야의 발행부수를 늘리는 데 영향을 준 정책은 ‘한 학기 한 권 읽기’다. 국어 교과서의 독서 단원으로 신설되었으며 2018년 초등학교 3~4학년이 먼저 실시하기 시작해 2020년에는 초중고 전체 학년이 참여하는 것을 목표로 진행되고 있다. 학교 현장에서 선호하는 몇몇 작품들로 독자의 관심과 판매가 집중되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으며 일부는 다음 편을 출간하기도 했다. 기존에 2편이 나와 있었던 김남중의 『불량한 자전거 여행』(창비) 외에도 초등 고학년 동화인 이현의 『푸른 사자 와니니』(창비)가 2권을 출간했고, 초등 저학년 동화인 김리리의 『만복이네 떡집』(비룡소)도 2020년에 후속작 『장군이네 떡집』(비룡소)과 『소원 떡집』(비룡소)을 펴냈다.

어린이 독서교육 열기가 높아지면서 관련 지침서도 교사와 학부모의 관심을 끌었다. 분야의 선두를 이끈 최승필의 『공부머리 독서법』(책구루)이 예스24의 2019년 상반기 판매량 1위에 오른 것을 비롯해 한미화의 『아홉 살 독서 수업』(어크로스), 김소영의 『말하기 독서법』(다산에듀) 등 현장 독서교육 전문가의 책이 큰 반응을 얻었다. 어린이책 각 분야의 필자 12인이 공동 집필한 『교사를 위한 온작품 읽기』(창비)나 책 읽기에 낭독극을 연결한 『온작품을 만났다 낭독극이 피었다』(휴먼에듀)도 교육 현장에서 많이 찾은 책이다.

국어 교과서에 ‘연극’ 단원이 본격 도입되는 것을 계기로 기존 동화를 교실 공연이 가능하도록 각색하여 출간하는 경우도 늘었다. 송미경의 동화 『돌 씹어 먹는 아이』(문학동네), 한윤섭의 동화 『해리엇』(문학동네) 등은 작가가 직접 희곡으로 다시 써서 2019년에 출간되었다. 여러 출판사들은 교사가 교실에서 곧바로 활용할 수 있는 수업안을 개발하여 공급하는 일에 뛰어들었다. 한편으로는 어느 정도 규모 이상의 교육용 자료에 대한 투자가 가능한 대형 출판사의 베스트셀러 중심으로 어린이들의 독서 경험이 집중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다양한 미디어의 등장으로 아동과 청소년에게 더욱 깊이 있는 정보 독해력이 요청되는 현실에서 국어교육의 중요성은 강조되고 있으며 앞으로도 문학책의 출판은 학교 교육과 연동하면서 한동안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성인지 감수성과 어린이책 생태계의 변화

2019년은 달라진 윤리적 감각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성인지 감수성이 낮은 내용으로 아동, 청소년 도서를 출판한 경우 독자의 외면과 비판을 받게 된다는 것을 체감하는 한 해였다. 전국 곳곳에서 10대 청소년들이 시작한 ‘스쿨 미투’는 더욱 선명한 운동의 양상을 띠게 되었으며 책 안의 내용에 대한 소비자들의 자발적인 미디어 비평도 늘어났다. 헤어진 여자친구에게 염산 테러를 가하는 장면이 어린이용 만화책에 적나라하게 묘사된 것이 독자들의 강한 반발을 일으키기도 했다. 논란이 된 책 『태경TV 학교 탈출』(대원키즈)은 구독자 143만 명을 보유한 유튜브 채널의 캐릭터를 내세운 7세 이용가의 만화로서 인기몰이를 하는 중이었다. 독자들은 해당 도서에 데이트 폭력을 정당화하고 여성을 혐오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고 지적하면서 온라인 공간에서 성평등 의식이 없는 저자와 출판사를 강하게 비판했다. 간행물윤리위원회 홈페이지의 유해간행물 신고 게시판에도 50여 건이 넘는 신고가 접수되었다. 결국 출판사는 해당 서적의 전량 폐기 및 절판 결정을 내리고 독자들에게 사과했다.

한편, 아동과 청소년의 올바른 성평등 의식 함양을 위해 공공과 민간이 함께 전개한 출판물 보급 프로젝트가 시행 첫 해를 맞아 성공적으로 실시되었다. ‘나다움을 찾는 어린이책’이라는 이름의 이 프로젝트는 책을 통해 형성될 수 있는 성 역할 고정관념과 편견을 깨뜨리고 자기 긍정, 다양성, 공존을 지향하는 어린이책을 발굴하고 보급하는 사업이다. 여성가족부,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롯데지주가 공동으로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총 9억 원의 예산을 들여 진행한다. 사업자로는 씽투창작소가 선정되어 학교 안팎에서 책을 통해 성인지 감수성을 높이는 활동을 벌이기 시작했다. 차별과 편견에서 자유로운 어린이책 134종의 목록을 발표하고 전국의 시범학교에 성평등 도서존을 설치해 이 책들을 보급했으며 학교 및 지역 도서관 등과 연계하여 교육 활동을 벌이고 관련 주제의 포럼을 개최하였다. 나다움을 찾는 어린이책 목록은 상당한 반향을 일으키며 독자들 사이에서 공유되었다.

그 밖에 민간에서도 유료 회원을 모집하는 성평등 도서 큐레이션 서비스가 등장하고 양성평등교육진흥원은 현장 교사들과 함께 성인지 감수성 높은 초등 독서 교육 모델과 수업안을 개발하는 등 여러 입체적인 움직임이 있었다. 3.1운동 백주년을 맞아 출간된 어린이책 중에도 『나는 여성이고 독립운동가입니다』(우리학교)처럼 그동안 감추어져 있던 여성 독립운동가의 활약을 조명한 작품이 주목을 받았고, 논픽션 도서 중에도 일상생활 속 성차별에 맞서 편견을 바로잡는 『소년 소녀 멋진 사람이 되는 법』(사계절)을 비롯한 어린이 페미니즘 도서가 독자들의 지지를 받았다. 페미니즘 열풍은 창작동화와 그림책에도 이어져 전통적 공주 왕자 서사를 전복시킨 이금이의 동화 『망나니 공주처럼』(사계절)이나 자갈치시장 할머니의 주체적 일생을 그려낸 정희선의 『막두』(이야기꽃), 물리학을 매개로 한 여성 어린이와 할머니 과학자의 연대를 다룬 동화 『우주로 가는 계단』(창비) 등이 큰 사랑을 받았다.

유튜브 콘텐츠와 학습만화의 성장

2019년 어린이책 분야 베스트셀러 50위 안에는 27종의 학습만화가 들어있었다. 2015년에 11종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약 2.5배 정도 종수가 늘어난 것이다. 그 중에서도 『설민석의 한국사 대모험』(전 12권, 아이휴먼) 시리즈가 두각을 나타냈다. 이 시리즈는 학습만화이기도 하지만 이미 인터넷 강의와 TV 예능프로그램으로 유명세를 얻은 작가의 콘텐츠라는 점에서 다양한 미디어와 출판이 연계되는 현상으로 볼 수도 있다. 교보문고 유아동 분야 판매량 1위를 차지하며 2019년에도 여전한 인기를 누린 애니메이션 원작의 학습만화 『신비아파트』(전 8권, 서울문화사) 시리즈나 인터넷서점 연간 종합 베스트셀러 10위권에 들어가기도 했던 『흔한 남매』(전 4권, 아이세움) 시리즈도 주목해야 하는 콘텐츠다. 『흔한 남매』는 155만 명의 유튜브 구독자를 배경으로 기존 동영상 콘텐츠를 출판물로 만든 것이다. 영상물에서 이미 단단하게 구축했던 강력한 팬덤에 힘입어 출판에서도 흥행에 성공했다. 거꾸로 인기가 높은 출판 콘텐츠를 유튜브 채널로 가져간 사례도 있다. 아이세움은 전 세계 2,500만 부의 판매 기록을 세웠던 학습만화 『살아남기』 시리즈를 ‘살아남기 TV’로 재구성해서 유튜브 채널을 시작했다.

세계에서 주목한 한국 어린이책

올해도 한국 그림책은 세계의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명수정의 그림책 『세상 끝까지 펼쳐지는 치마』(글로연)는 브라티슬라바 일러스트레이션 비엔날레(BIB)에서 황금사과상을 수상했다. 2년에 한 번씩 열리는 세계적인 권위의 비엔날레에서 명수정 작가는 설화와 민담, 고전 아동문학 속 여성 인물을 페미니즘의 관점에서 재해석한 독창적인 이미지를 선보이면서 ‘황금사과상’ 수상이라는 최고의 영광을 거머쥐었다. 심사위원들은 이 작품에 대해 “매우 섬세하게 표현되어 있고 색상이 매혹적이다. 그림 속 평온하고 낙천적인 분위기와 자연과 어울리는 풍경이 아름다운 작품”이라고 격찬했다.

2019년 투르크메니스탄 국제도서전에서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이 출판하고, 아시아문화원(ACI)이 기획 · 제작한 그림책 『진정한 친구』와 『지금, 바로 여기』가 어린이책 경쟁 분야에서 ‘올해의 책’ 상을 수상했다. ACC와 ACI는 2015년부터 중앙아시아의 이야기 작가가 글을 쓰고 한국의 그림 작가가 그림을 그리는 공동제작 방식으로 아시아 이야기 그림책 20종을 한국어, 영어, 러시아어, 현지어로 출판해왔다. 우리 어린이책의 꾸준한 국제 교류 노력이 낳은 뜻깊은 성과다.

수교 60주년을 맞아 우리나라가 주빈국으로 참가했던 2019 스웨덴 예테보리도서전에는 ‘미래에서 온 사람들’이라는 주제의 한국 그림책 전시가 열렸고 이수지 작가와 이명애 작가가 참여해 북유럽의 독자를 직접 만났다. 글 없는 그림책의 의미를 새로운 차원에서 정의하는 작품을 선보이며 뉴욕타임즈 베스트 그림책에 여러 차례 선정되었던 이수지 작가는 자신의 그림책 ‘경계 3부작’을 소개하는 북토크를 열어 뜨거운 호응을 얻었고, 『플라스틱 섬』(SANG)으로 BIB 황금패를 수상한 바 있는 이명애 작가는 기후 변화와 환경을 주제로 한 작업을 소개하면서 북유럽 독자들과 긴밀한 교감을 나누었다.

마찬가지로 우리나라가 주빈국이었던 멕시코국제아동청소년도서전에는 김서정, 이금이, 문영숙, 김남중, 서현, 박연철 등 여섯 명의 한국 작가와 평론가가 참여해 중남미의 독자에게 우리 동화와 그림책을 소개했다. 한한령 이후 잔뜩 얼어붙었던 중국과의 교류에도 다시 물꼬가 열린 2019년이었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과 중국출판그룹은 공동으로 <2019 한중 출판 저작권 교류회>를 열었으며 상하이국제아동도서전에 참여했다. 한국관에는 현지 출판 관계자 2,000여 명이 방문했고 60여 건의 수출 상담이 이뤄졌다. 그림책 『오케스트라』(한솔수북)의 주연경 작가가 현지 독자를 만났으며 최현경 편집자가 한국 그림책의 현황을 알리는 발표를 진행했다. 그 밖에 모스크바국제도서전, 프랑크푸르트국제도서전 등에서도 우리 어린이책이 높은 관심 속에 세계의 독자를 만났다.

아동·청소년 문학평론가 김지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