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만화

출판 장르별 동향: 만화

디지털 중심의 한국 만화시장

2019년 한국 만화시장은 디지털 중심의 만화가 여전히 강세를 보였다. 『2019 만화 이용자 실태조사』의 ‘최근 1년 만화 형태별 이용 경험’에는 67.4%가 디지털만화만 이용, 28.6%가 디지털만화와 종이만화를 모두 이용한다고 했고, 종이만화만 이용했다는 답변은 4.0%에 불과했다. 또 ‘최근 1년 디지털만화 유료 이용 경험’에 37.4%가 있음, 62.6%가 없음이라고 답변했다. 이는 여전히 무료 구독이 가능한 웹툰이 가장 일반적인 만화 이용 형태임을 나타내주고 있지만 디지털만화 유료 이용 독자가 37.4%를 차지한다는 것은 유료 웹툰 및 전자책 형태의 만화 구매, 스트리밍(대여) 서비스 이용이 점차 늘어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2000년대 무료 연재에 기반했던 웹툰 시장이 2010년대 중반 이후 유료 시장으로의 전환을 시도하면서 여러 웹툰 플랫폼들이 유료 전환에 성공하였고, 콘텐츠 시장에서 웹툰이 지적재산권(이하 IP) 산업으로서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되는 이러한 흐름은 2019년도에도 계속해서 이어졌다.

웹툰 플랫폼을 통한 한국 만화의 외국 진출 활성화

2019년에 웹툰 플랫폼 업계에서 주목할 만한 현상이라면 한국 웹툰 플랫폼이 일본에서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는 것을 들 수 있다. 본래 웹툰이란 장르는 한국에서 발전되어 현재에 이르렀다. ‘온라인으로 만화를 발표하는 행위’라면야 PC통신 시절의 미국이 가장 앞섰다고 보여지고,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만화나 일러스트를 발표하는 것 역시 비단 한국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1990년대 이후 흔히 있었던 일이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세로 스크롤’로 만화를 만들어서 ‘개인’이 ‘무료’로 홈페이지에 올리는 형태가 아니라 인터넷 플랫폼에서 원고료를 지급하고 작품을 연재하도록 하는 형태, 즉 상업적인 만화로서의 웹툰 시스템은 한국에서 가장 빨리 성립·발전되었다. 따라서 한국의 웹툰 플랫폼은 그 경험에 있어서 가장 앞서 있다고 할 수 있는데, 특히 온라인게임의 각종 유료 과금 모델(부분 과금, 아이템 과금, 구독형 모델 등)과 결합한 ‘웹툰 유료화’가 이루어진 이후 스마트폰을 통해서 빠르게 발전하였다.

  이 한국 웹툰형 유료화 모델은 근래에 들어서 일본에 진출하여 뚜렷한 성공 사례를 만들어내고 있는데, 카카오재팬의 ‘픽코마’와 네이버의 자회사인 라인이 운영하는 ‘라인만화’가 대표적 사례이다. 카카오재팬은 픽코마가 2019년 4분기에 첫 영업이익을 냈다고 밝혔는데, 이런 플랫폼을 통해서 한국 웹툰도 일본에서 인기를 얻는 사례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대표적으로 네이버 웹툰에서 2010년부터 인기리에 연재 중인 『신의 탑』(영컴)의 경우, 2020년 4월에 일본에서 애니메이션화된다는 발표가 있었다. 인기 웹소설을 웹툰으로 제작한 『황제의 외동딸』(디앤씨미디어), 『버림 받은 황비』(디앤씨미디어) 역시 일본에서 웹툰이 연재되며 단행본으로도 출간되었다. 웹툰만이 아니라 종이책의 사례도 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그린 만화 『풀』(보리)도 일본어판이 2019년 출간되면서 작가가 초청되어 출간 기념 토크 이벤트를 여는 일도 있었다.

마찬가지로 일본 이외의 아시아 지역과 북미, 유럽에서도 여전히 한국 만화의 번역 출판은 이어지고 있다. 사실 2000년대 종이책 시절부터도 한국 만화의 수출 자체는 드문 일이 아니었으나, 웹툰 시기가 되면서부터는 인터넷을 통한 진출이 시도되어 왔다. 그것이 플랫폼의 진출을 통한 성공으로 이어진 것이 일본의 사례라고 할 수 있고, 북미(네이버웹툰)와 유럽(프랑스 델리툰) 등으로의 웹툰 진출 시도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웹툰과 웹소설의 OSMU

2019년에도 웹툰 원작의 드라마나 영화는 계속해서 제작되었다. ‘조선로코-녹두전’(KBS), ‘쌉니다 천리마마트’(tvN), ‘타인은 지옥이다’(OCN) 등 종래의 지상파 및 케이블TV 채널은 물론이고, ‘좋아하면 울리는’(넷플릭스)의 경우 다국적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인 넷플릭스(Netflix)에서 제작·방영하였다. 또 넷플릭스에서 제작하여 2019년 시즌1, 2020년에 시즌2를 방영한 ‘킹덤’의 경우엔, 드라마 작가 김은희가 만화 원작자 윤인완과 의기투합하여 2015년에 발표했던 만화 󰡔버닝헬 신의 나라󰡕(알에이치코리아)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이처럼 웹툰이 OSMU(원 소스 멀티 유즈)의 ‘소스’ 역할을 하는 것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또 한국 작품을 해외에서 영상화하는 사례도 늘어났다. 앞서 언급한 드라마 ‘좋아하면 울리는’과 ‘킹덤’의 경우에도 한국 웹툰을 넷플릭스라는 다국적 기업이 영상화했다고 할 수 있겠는데, 마찬가지로 네이버웹툰 『신의 탑』(영컴)과 『갓 오브 하이스쿨』(길찾기), 『노블레스』(위즈덤하우스)가 미국의 애니메이션 스트리밍 기업 크런치롤의 투자를 받고 일본 제작사가 애니메이션 제작을 담당하여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서 2020년 방영될 예정이다.

거기에 더하여 근래에는 웹소설을 원작으로 한 웹툰 제작도 늘어나고 있다. 앞서 언급한 『황제의 외동딸』, 『버림 받은 황비』 등 로맨스 작품은 물론이고, 『나 혼자만 레벨업』(파피루스)과 같은 판타지 계열 소설의 웹툰화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이런 웹소설의 웹툰화는 웹소설 IP를 갖추고 있는 웹소설 출판사 혹은 에이전시가 중심이 되어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작품들이 각 웹툰 플랫폼에서 인기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물론, 이러한 작품들은 종이책으로도 출간되고 있다. 특히 종이책 중에서는 기존 팬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각종 ‘굿즈’(특전 상품)를 추가한 한정판 출간이 이어지고 있다. 2019년 종이책으로 출간되어 만화 분야 베스트셀러 순위권에 들어간 작품 중에서는 『어느 날 공주가 되어버렸다』(캐롯툰), 『그녀가 공작저로 가야 했던 사정』(디앤씨미디어) 등이 그런 사례였다.

한국 만화계의 스테디셀러, ‘순정만화’

이제는 스테디셀러가 된 몇몇 한국 만화의 신간이 2019년에도 계속 출간되었다. 인터넷서점 알라딘의 만화 카테고리 월별 베스트셀러 50위 안에 든 『무명기』(대원씨아이), 『펠루아 이야기』(학산문화사), 『열혈강호』(대원씨아이), 『대답하세요! 프라임 미니스터』(대원씨아이) 등은 만화 잡지가 아직 인기 있던 시절부터 연재되어온 작품들이다. 특히 이 중에서 『무명기』, 『펠루아 이야기』, 『대답하세요! 프라임 미니스터』 세 작품은 순정만화인데, 이 세 작품만이 아니라 순정만화 중에는 종이 잡지가 사라진 이후에도 온라인으로 연재처를 옮겨 지속적으로 연재하게 된 작품이 적지 않다. 그 이유로서, 순정만화 장르에는 1990년대 이후 비평적으로 특히 높은 평가를 받았던 작품이 많았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미 웹툰이 한국 만화의 중심이 되어버린 지 10여 년이 흘렀지만, 두터운 팬덤을 형성한 작품 중에는 여전히 종이책 만화 시절과 같은 존재감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순정만화 장르는 1990년대와 2000년대에도 만화 분야의 단행본 매출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으나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지 못했던 측면이 있다. 비평적으로 이 장르의 작품들을 높게 평가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고 팬덤 역시 충분히 형성되어 있지만 상대적으로 언론이나 기관 등 공적 영역에서는 저평가 되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2010년대 이후 종이책 출간이 줄어들면서 웹툰을 제외하고 종이책 베스트셀러 순위권에 남이 있는 만화로는 순정만화가 거의 유일했다. 웹툰 중에서도 여성 독자층이 두터운 󰡔이런 영웅은 싫어󰡕(길찾기) 등의 작품은 종이책 판매량 역시도 여전히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주목할 만한 2019년도의 신간

2019년도에도 소위 ‘미디어셀러’ 현상은 계속되었다. 김영하 작가가 2018년 12월 14일 방송된 tvN 예능프로그램 ‘알쓸신잡 3’에서 추천했던 『내 어머니 이야기』(애니북스)는 절판 상태였다가 2019년 1월 재출간되면서 큰 인기를 끌었다. 또한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화제를 모은 만화도 많았다. 『탈코일기』(전 2권, 북로그컴퍼니)와 『흑요석이 그리는 한복 이야기』(한스미디어)가 대표적이다. 『가담항설』(위즈덤하우스), 『연의 편지』(손봄북스), 『나의 마녀』(애니북스), 『별똥별이 떨어지는 그곳에서 기다려』(재미주의) 등의 인기 웹툰도 종이책으로 출간되어 높은 판매량을 보였다. 『연의 편지』는 2019년 <오늘의 우리만화상>에 선정되어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 외에도 그래픽 노블 계열의 『열세 살의 여름』(창비), 『재윤의 삶』(미메시스), 『비혼주의자 마리아』(IVP), 『재즈 라이프』(북커스) 등이 주목 받았으며, 번역 만화는 『만화로 보는 성차별의 역사』(한빛비즈), 『툇마루에서 모든 게 달라졌다』(북폴리오) 등의 작품이 인기를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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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에도 웹툰과 전자책 분야에서 만화시장은 계속 확대될 전망이다. 또한 해외 시장에서 한국형 웹툰 플랫폼의 약진도 주목된다. 영화·드라마 등 영상화의 ‘원작’ IP로서 만화가 갖는 의미는 더욱 중요해지고 있는데, 특히 다국적 플랫폼의 증가와 함께 한국 만화(웹툰)를 원작으로 하는 영화·드라마뿐만 아니라 애니메이션 분야에서도 그 비중이 높아지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번역가, 기고가, 출판기획사 코믹팝 대표 선정우